카테고리 없음
만약 내가 한 달밖에 못산다면
오경화 시인
2022. 1. 7. 13:30

만약 내가 한 달밖에 못산다면...
만약 내가 한 달밖에 못산다면
일 주일은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하고 실의에 빠져 있겠지
이 주째에는 겨우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낮에는 사람들이 활보하는 번화가로 나가,
바쁘기만한 그들에 휩쓸려 힘차게 걸으리라
그리고 밤이 되면,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날을 새워가며 펜으로 정성껏 편지를 써서
부치리라
그러면 며칠 후 난 날마다 우체통 앞에서
답장을 기다리겠지
나는 주고 받은 편지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후,
숨이 멎는 순간까지 사랑이 담긴 책을
읽고 또 읽으리라